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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urc_admin
작성일
2022-01-25 10:48
조회
494
“수준 있는 예술생활”

김동범 서귀포시중앙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논설위원

언젠가 주민들에게 ‘오늘날 생활예술은 왜 중요한가?’, ‘도시재생과의 관련성은 무엇인가?’에 관하여 이야기하던 중 생활예술이 ‘힐링(치유)’이라는 단어와 자주 언급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우리 사회를 장악한 ‘힐링(치유)’ 열풍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성장 중심의 개발을 추구하며 무한 경쟁 체제 하에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거친 탓에 인간 소외와 지역 간 불균형 등 각종 사회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심리가 생겨났고, 모든 것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자본주의에서는 이를 ‘힐링’ 상품화의 기회로 삼았다.
다양한 상업적 기획을 통해 탄생한 ‘상품화된 힐링’은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진정한 힐링의 목적을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도시재생의 근본 취지는 기존의 개발 일변도의 도시 정비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역민들 삶의 터전을 보존하고 삶의 질을 고민하는 것에 있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예술’은 이현령비현령 식의 매우 떠올리기 쉬운 해법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술이 생활이 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각양각색의 수준 높은 시도는 이미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음에도 유독 도시재생 분야에서 외치는 생활예술은 아직 충분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예술 활성화를 중점 사업으로 두고 있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으로서 도시재생 사업 속 생활예술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예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스스로에게 ‘디자인과 건축은 우리 삶의 어디쯤에 위치하는가? 연극과 무용은 어떠한가? 클래식 음악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일까?
평범한 사람들에게 아직은 예술보다 먹고 사는 일이 더 큰 문제인 것일까?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 그리고 그러한 질문 끝에 한 개인이 경험을 통해
예술을 체득하는 순간들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을 때 비로소 예술은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

힐링의 열풍 속에서도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처방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판단과 사회적 합의는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수준 낮은 예술의 기획과 보급이 더해진다면 생활예술의 가치를 힘주어 말하기에는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된다.

현행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민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여러 방법을 고민하지만, 실제로는 지역 경제와 관련된 재건축과 마을기업 육성 등에 집중되고 있다. 경쟁에 익숙한 사회가 놓치기 쉬운 가장 큰 가치는 ‘수준’이다.
수준이 악용되고 조작되는 사회의 개인은 취향을 얻기 힘들다. 취향이 없는 사회의 문화는 수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양한 예술 분야 중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현안과 가장 밀접한 것은 디자인과 건축이다. 도시재생에 대한 디자인과 건축 분야의 접근 방식은 생활의 편의와 도시의 기능을 결정한다.
기능과 편의에 집중한다면 아름다움은 따라온다는 말이 있다.
점진적으로 만들어지는 도시의 아름다움은 주민 스스로 자신의 생활의 터전을 보호하게끔 하는 이유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귀포시 중앙동에 신축될 예술 거점 공간은 디자인과 건축 전문 서적을 구비한 세미나실, 미술 전시 공간,
그리고 주민커뮤니티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공간에서 지역 현안에 관한 예술 전문가들의 세미나와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수준 높은 예술 수업을 열 예정이다.

예술을 치유의 수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백신으로까지 만들어줄 수 있는 전문가는 이미 차고 넘친다.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뭍에서 제주로 내려와서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다.
즉 서귀포의 문화와 재생도 이중섭에 의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서귀포가 예술 불모지라는 일부 부정적 편견은 우리가 씌운 허울이다. 주민들의 생활 속에 ‘수준’을 놓치지 않는 연극과 음악 버스킹,
미술 전시를 선보이고 이를 개개인이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곧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이며 수치화된 지표를 두고 경쟁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서귀포시 중앙동의 도시재생 사업은 생활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대학교 미술 디자인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라피와 제주 풍경그리기의 수업을 마치고 결과물의 전시회를 열었다.
어느 주민은 평생 처음 접하는 수준의 예술 교육이었다는 소감을 어린아이처럼 얘기해 주셨다.

또한 구좌읍에서 해녀 합창단을 맡아 지휘하는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서귀중앙초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요의 가사를 쓰게 하였다.
학생들이 지은 노랫말로 동요를 작곡하고 합창을 지도하여 최종적으로 음원까지 발표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의 공연은 연기되었지만, 동요 제작의 모든 과정에 지역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서귀포시 중앙동은 ‘수준’에 집중하여 재생을 이루고자 한다. 높은 ‘수준’은 진정성이라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균형 잡힌 모양의 그릇이다.
다음에는 기능의 활성화와 중앙동에 신축 예정인 균형공작소에 대한 소개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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